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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덮다

상시 2019. 3. 26. 02:16

봄을 덮다

 

이곳도 한 수 북쪽인 것인지

뜰 앞에 돼지감자를 캐 보려고 땅을

쳤더니 칼칼한 봄바람도 없는 날

감정 없는 동토가 호미 날을 튕겨 낸다

3월은 잔인한 달이 아니다

봄은 기적이 아니듯 아직 녹을 수 없는 대지는

기다려야 한다

 

북상하는 봄은 더딘 모양이다

먼지 속에 숨은 봄은 봄이라고 하면

안 되갔구나

엊그제의 테레비에서 본 남방 뉴스와

틀이 잡힌 냉이와 초록이 환한 봄풀들이

먼 기억처럼 어른거린다

 

세상을 가둔 미세먼지는 선경을 그리는데

낮 꿈을 꾸다 본 하늘이 풀썩 내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