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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대설

아침에 일어나 부억에 가면 졸졸졸 시냇물 소리가 나야 하는데...조용하다 밖은 입춘대설인데 상수도가 얼었다 계곡에서 살아있는 물 줄기를 찾아 담아 온 주전자에 체온과 함께 수도 꼭지에 물을 끓여 붓자 이내 실개천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창호지에 물든 햇살을 따라 해우소에 앉으니 노출된 살이 에인다.세상은 아직도 삼동인가. 2013.2.8 페이스북-

페이스북 2020.07.23

바람의 전설

일요일이고 해서(백수도 일요일을 체감한다) 목표없이 ebs를 켰는데 한국영화특선 '바람의 전설'이란 영화를 시작하고 있었다.하던 작업도 안 끝났고 그저 배경 음으로 두려고 했지만 하필 기합소리 시끄러울 바람의 전설인가. 헌데 정말 '무도'에 관한 얘기였다. 게다가 김수로하면 떠오르는 오바 연기도 싫고(이성재는 나중에 알았고 여배우는 잘 모르겠다) 걍 끄려고 흘끗 거리다 문득 내가 손을 놓고 이 영화에 몰입해 있는 것을 한참 후에 발견했다. 나는 이 제비 춤꾼 땐스 픽션을 보며 '셀위댄스'에서도 만나지 못했던 재미있는 비극과 슬픈 폭소를 즐길 수 있었는데 후반부의 무리한 설정은 영화는 영화로 흘리고도 지금도 카바티나에 가사를 붙인 He was beautiful이 맴돈다. 혹시 부작용이라면 '제비'에 대한 ..

페이스북 2020.07.23

김수영의 풀보다 질긴 목숨을 가진 환삼덩굴이 있다.

김수영의 풀보다 질긴 목숨을 가진 환삼덩굴이 있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 이 죽일 놈의 환삼덩굴의 미래를 오늘 맛을 보기로 했다. 대지의 높이를 덮고 가슴 속 들숨으로 종자를 놓는 이 어린 시작은 턱없이 여려서 슬픈 맛이다. 2019.4.3. 페이스북-

페이스북 2020.07.23

이 외로움엔 유효 기간이 있어 보인다.

이 외로움엔 유효 기간이 있어 보인다. 1909년 일본 동경미술학교 서양화과에 유학생으로 입학해 한국인 최초의 서양화가가 되어 고국으로 돌아온 춘곡 고희동의 소회다. 그저 시대적 외로움 때문이었을까 궁중 내의 프랑스어 통역과 문서 번역도 하고 동양화의 당대 대가로 알려진 조석진 안중식 문하로 화가의 길에 입문했던 그가 일본 유학으로 양화를 배우고 1920년대 중반부터 다시 동양화로 전환하여 전통적인 남화(南畵) 산수화법에 서양화의 색채나 명암법을 사용하여 새로운 회화를 시도하기도 했다. 지금 고사 되어가는 동양화의 대가급 작가 일부가 서양화로 전환하여 캔버스에 유화로 떡칠을 하는 양상 하고는 한결 다르지만. 2019.3.25 페이스북-

페이스북 2020.07.23

봄을 덮다

봄을 덮다 이곳도 한 수 북쪽인 것인지 뜰 앞에 돼지감자를 캐 보려고 땅을 쳤더니 칼칼한 봄바람도 없는 날 감정 없는 동토가 호미 날을 튕겨 낸다 3월은 잔인한 달이 아니다 봄은 기적이 아니듯 아직 녹을 수 없는 대지는 기다려야 한다 북상하는 봄은 더딘 모양이다 먼지 속에 숨은 봄은 봄이라고 하면 안 되갔구나 엊그제의 테레비에서 본 남방 뉴스와 틀이 잡힌 냉이와 초록이 환한 봄풀들이 먼 기억처럼 어른거린다 세상을 가둔 미세먼지는 선경을 그리는데 낮 꿈을 꾸다 본 하늘이 풀썩 내려온다 2019.3.6 페이스북-

페이스북 2020.0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