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갠지갱 모임 2008 전북 매일 신문

상시 2010. 2. 1. 0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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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으로 빚어내는 역동적 흥소리
굿패 갠지겡 20돐맞이
 
관리자
▲ 갠지겡 굿판     © 관리자
휘영청 밝은 달, 생명 에너지 품은 한옥마을
 
“갠 지 겡갠 지겡갠 지겡갠 지 겡, 개갱 개갱갠 지겡개갱” 푸지게 벌어진 갠지겡 굿판!
맺고 풀고 어르고 내딛고 오르고 내리며, 너울너울 온 몸으로 휘감기는 춤사위는 바람 따라 달빛 따라 또 다른 에너지를 뿜어낸다.
마당밟이가 시작된 굿은 한 판 걸지게 ‘다문(茶門)’을 우렁차게 울린다. 점점 빠른 사위로 넘어가더니 곧 ‘갠지겡’으로 가락을 탄다. 보는 이들 조차 나누던 술잔을 든 채로 걸음새를 어깨에 맞춰 들썩인다. 징 꽹과리 장구 소리에 덩실 덩실 모닥불 사이로 불빛 가득 울려 퍼진다. 
“오늘 여기서 드신 만~큼, 얘기한 만~큼, 꽹과리 친 만~큼, 재수가 좋~아 지시길... 명과 복 또한 기원합니다~”라는 상쇠 축원 메시지가 한껏 오른 굿판 연행을 또 한 번 돋운다.
지난 12일 오후 한옥마을 내 다문(茶門)에서는 한바탕 흥겨움이 넘실거렸다. 풍류류 3분박인 ‘갠지겡’ 굿. ‘갠지겡’은 상쇠 꽹과리 소리인 ‘갱’ 의성어로 탄생한 풍류굿 장단이다.
갠지겡 굿 패! 이들은 지난 1986년 안병탁 박남준 이정수 김재철 양진성씨가 주축이 돼, 열정과 패기로 결성됐다. 당시 갠지겡 굿패는 각기 직장을 다니면서도 단순한 친목을 넘어 풍물패 신명 나눔을 통해 사회 문화적 기여를 취지로 꾸려졌다.
운동권과 순수 농악 사이에서 갈등하는 이들이 많았던 시대였지만 이들은 순수한 신명을 추구하며 ‘갠지겡’을 이끌었다.
박남준 시인은 “천양정 아래 보름굿을 시작으로 십시일반 모여, 개업한 곳이나 결혼식장을 돌며 갠지겡을 이어갔다” 라고 회고한다.
“각자 직장이 자리잡힘과 동시 유야무야 흩어졌지만 당시 기약이 오늘을 있게 했다”라고 말한다. 당시 이들은 호남좌도 임실필봉농악 중요무형문화재 고(故) 양순용 선생에게 사사 ‘흥’을 이웃들에게 나누어갔다.
신명의 원형을 찾아 어울림으로 하나 됐던 그들은 지금 또 다른 공동체로 어우러져있다. 박시도 전통술박물관 관장 이종진 민예총 사무국장 이동엽 전 한옥생활체험관 관장, 이들 모두 ‘갠지겡’이라는 신명으로 함께 했다.
한옥마을 그루터기라해도 과언이 아닐 이들은 농악 나눔 뿐만 아니라 이제는 문화 나눔까지 도맡고 있다.
임실필봉농악보존회 양진성 회장 오광해 임택준 화백 또한 갠지겡 구성원으로 함께했다. 시간이 갈수록 타지에 보금자리를 잡은 갠지겡 회원들까지 전국 방방곡곡에서 전주를 찾아들었다. 
 
20년 전 흥겨운 언약, 다시 누리로 번지다
 
그들이 다시 모였다. 20년 전 “이들 중 회갑이 되는 이가 있을 때 다시 만나자”던 풋풋하고 소박했지만 아름다운 실천으로 다시 만남을 이었다.
특히 갠지겡 일원이었던 유휴열 화가(·사진)는 올해로 회갑을 맞이했고 제30회 전북대상 예술부문 수상까지 안아 이를 축하하는 목소리도 더불어 풍성히 전해졌다.
유 화백은 “20년 전에도 마당에 풀어져 위 아래 없이 마음을 나누었다”라며 “그 시절 기쁨과 흥이 재회 기쁨과 흥 만큼이나 크다”라고 감회를 전한다.
갠지겡 구성원 박양규씨는 “느리게 느리게 시간이 갈수록 흥겹게 무르익는 것이 바로 갠지겡패 매력입니다”라고 말한다.
시간이 무르익을수록 걸진 막걸리 한 잔에 타오르는 달집이 여흥을 돋우고 보이지 않았던 삶의 이야기들까지 하나 둘 피어올랐다. 사람과 사람 만남이 좋고 굿이 좋아 소중한 젊음과 열정을 다했던 이들이 모여 신명을 나누고 또 다시 20년 후를 기약했다.
시인 김지하는 일찍이 신명을 ‘우주 생명력과 교합해 확대된 자아’라고 표현한 바 있다. 자신이 비로소 담겨야 탄생할 수 있는 ‘갱’, 종교적 의식과 세속적 축제가 어우러진 굿판은 그야말로 사람과 사람 나아가 세계와 소통할 수 있는 통로가 되고 있다.
‘갠지겡’은 과거에도 현재에도 그리고 미래에도 이렇듯 사라져가고 잊혀져가는 사람과 사람 간 이야기, 생명 에너지를 생성하기 위해 또 다른 기약을 맺고 있다.  
/장라윤 기자(nekimsi@)
/사진=이기환 기자(e-gihwan@)

기사입력: 2008/12/15 [17:53]  최종편집: ⓒ 전북매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