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거리 무 파종
지리한 장마도 끝나고 이제 부터 가을을 준비할 때인데....
어제 신감독의 전화(초저녁 9시 반인데 하마 술이 묻은 목소리)는
게거리 무를 파종 했냐는 것이다
게거리 무는 내가 여주에서 살때 익히 들어 왔던 무 종류인데 신감독이 맛이 존 품종이라며 진작 갖다 준 씨앗이다
하긴 말복 전에 김장 파종을 한다는 할머니들의 애기를 들은적 있는데 이크 오늘이 말복 아니던가
바랭이며 개비름이며를 머리채 휘어 잡고 뽑아(요즘 풀은 성근이 되어 손아귀가 저릿하다)낸 다음
건초를 헤집어 무씨를 묻었다
이 섬으로 이사 후 줄곧 무경으로 파종을 하고 농약은 물론 화학 비료 한줌 뿌린적 없으나 아랫집 할머니네 보다
실 하고 맛 좋은 과채들을 거두었다 한번은 신감독이 할머니를 차에 태워 드리며 내가 없을때 농약을 좀 뿌려 달
라는 어리광 삼은 부탁을 한적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할머니의 두어폭 오이는 흰가루병으로 벌써
뽑아 냈으나 우리 밭엔 오이는 물론 토마토며 고추들이 넘 넘 잘 자라 주었다
나의 남새밭은 그러나 유기 거름 마저 게을리 하진 않는데 뒷간(절간의 해우소 처럼 돼 있다)의 인분은 재와 왕겨를 뿌려
그 자체로 잘 숙성된 거름을 만들고 무섭게 자라 나는 풀들은 계속 베어 밭에 피복을 한다
반 달은 족히 돌다(?) 돌아온 집은 당연 풀이 집과 나를 에워 싸고...나는 조금 무서워 진다
옛날에 '꿈꾸는 식물'이 되고 싶다는 감상섞인 욕심을 내 본 적 있는데
요즘 식물들 무섭다 키 큰 은사시를 덮어 쓰러뜨리는 칙 덩굴이 그렇고
무엇이든 닥치는 대로 감아 버리는 환삼 덩굴들 등 &
말복으로 흘린 땀을 지하수로 씻어 내고 토마토 쥬스를 복 음식(화풍정 삼계탕 간절) 삼아 마셨다
요즘은 토마토를 매일 따는데(아님 새가 다 파 먹는다) 믹서에 윙 갈아
물 대신 마시고 또
이가 없는 아랫집 할머니도 드리면 좋아 하신다
한번은 풋콩을 갖다 주시길래 삶아서 믹서에 갈아 국수를 말고
오이 토마토 얹어 할머니도(어차피 한번 하는거 이인분으로) 드리고
나에게 쳐 들어 오는 여름은 이렇게 즐긴다